니스의 거리들을 방황하던 중, 하영은 버려진 빵 조각들과 마주친다. 이들은 유기적 부패에 맡겨지거나 누군가에 의해 수거될 운명에 놓여 있었다. 하영은 그 빵들을 모아 첫 무리를 이룬 뒤,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때 모은 주방용품과 주워온 금속 조각들은 다리, 더듬이, 무장된 보철물로 변형되어 빵 덩어리에 접합된다. 그렇게 탄생한 존재들은 지구적이면서도 은하적인 림보(limbo)에서 튀어나온 듯한 생명체의 형상을 띠며, 침투적 자율성을 지닌다.
그들의 번식은 인상적이다 — 넘쳐흐르는 모습은 ‘크러스트(crust)’라는 단어의 라틴어 어원 crusta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 하지만 동시에 부조리하면서도 씁쓸한 정서를 품고 있다. 이러한 사이보그적 키메라들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하영의 예술적 제스처는, 프랑스에 도착하여 발견한 레시피의 이름 pain perdu(프렌치 토스트: 잃어버린 빵)의 발견과 함께 이루어진다. 여기서, 단일 문화의 이상은 서서히 굳어지고, 대신 분절된 정체성들이 모여지고 리믹스되며, 다시 스스로를 구성해 나간다.
한 구석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버려진 빵 조각, 딱딱하고 썩어버린 껍질에 작은 금속 조각들이 박혀 있다.
Pains Retrouvés, 2018-
설치 조각
35개의 굳은 빵, 썩은 빵, 다양한 금속, 가변 크기
전시 SCABS, 메센 드 수드(MÉCÈNES DU SUD), 몽펠리에, 프랑스, 2023
큐레이터 MADELEINE PLANEIX-CROCKER
사진: © HAYOUNG, Elise Ortiou Campion
전시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