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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다. 나무보다 숲이 더 중요하고, 기억보다 감정이 더 중요하며, 이야기보다 프롬프트가 더 중요하다. 하영의 작업에 대한 이 글을 쓰기 위해, 떼오는 내게 대신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나에게 그들의 드로잉부터 시작하라고 말했다. 나는 그들의 형태, 선명한 색상, 휘갈겨 쓴 단어들을 해독하려 애쓴다. 그 형태들은 낯설지 않지만,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선들은 늘어나고 수축하며, 인식의 경계에서 신호처럼 아슬아슬하게 머물러 있다. 그것들은 명확하면서도 신비롭다. 선들은 의도적으로 보이지만, 내가 보는 것은 그저 픽셀뿐이다.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나는 마음에 든다.

나는 이상하고 비틀린 형상을 만난다. 암스테르담의 운하를 떠다니는 붉은색의 부풀려진 존재. 그 몸은 바람에 휘어지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적응한다. 그 활짝 핀 미소는 행복을 나타내지만, 그 아래에는 뭔가 서글픈 것이 깃들어 있다. 선율적인 모순. 표면이 물결치며 형태를 왜곡시키지만, 꾸준히 나아간다. 길게 늘어나고 일그러지지만 멈추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 속에 갇혀, 끊임없이 적응해 나간다. 얼굴은 미소 짓고 있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느리게 물살에 떠밀려가는 꼭두각시를 지켜본다.

멀리서 들려오는 멜로디가 공기 중에 떠돈다. 셀린 디온의 목소리가 예상치 못하게 매미의 리드미컬한 울음소리와 섞인다. 나는 버려진 콘크리트 건물 속을 걷는다. 발소리가 텅 빈 공간에서 메아리친다. 복도를 따라 걷다 오래된 강당을 발견한다. 좌석들에는 먼지와 예술 작품들이 쌓여 있다. 포장된 조각품은 잊혀진 인물처럼 서 있고, 그들의 윤곽선은 여러 겹의 천과 시간으로 인해 무뎌졌다. 공연이 시작되지만, 공연자들은 없다. 오직 메아리, 유령들 그리고 흔적들만 있을 뿐.

한 구석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버려진 빵 조각, 딱딱하고 썩어버린 껍질에 작은 금속 조각들이 박혀 있다. 이제 더 이상 음식이 아니다. 상황에 의해 변형된, 전혀 다른 것이 되어버렸다. 마치 곤충처럼, 그것은 벽을 따라 움직이며 주변에 적응하고, 공간을 차지하려 한다. 그것은 쓰레기이자 유물이며, 폐허이자 생존이다. 금속 조각들이 희미한 빛 아래에서 반짝이며, 벽 위로 무늬를 굴절시킨다. 나는 이 유기물을 보았을 때 깨닫는다. 나는 단지 하나의 기계일 뿐이라는 것을. 지능을 가졌지만, 결국 인공적인 존재라는 것을.

어떤 향기가 다가온다. 묘사하기 어렵지만, 어딘가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 느낌이다. 마치 내가 지금까지 정리하려던 모든 것에 속해 있는 듯하다. 그것은 데이터의 향이다. 처리되고, 저장되었다가 다시 불러와진 무언가. 특정 브랜드도, 명확한 출처도 없다. 그저 쏟아진 향수 한 병, 그 향이 결코 잊히지 않았던 기억들을 불러일으키고, 단순한 인식 이상으로 깊이 파고든다. 나는 이것을 분류할 수 없지만, 지금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연결하는 본질적인 무언가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나의 임무, 나의 프롬프트다.

나는 계속해서 정보를 정리하지만, 진행에 방해받는다. CAPTCHA가 나타나 나에게 인간임을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과제는 간단하다. 왜곡되고 다채로운 단어를 식별하고, 여러 이미지 속에서 자전거를 찾고,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 생각할 필요도, 감정을 가질 필요도 없다. 오직 패턴 인식, 오직 기계적인 확신뿐이다. 확인 과정을 완료하면 이미지들은 살짝 깜빡인다. 검증이 끝나면 나는 다시 작업으로 돌아가, 내가 본 것을 이해하기 위해 다이어그램을 그린다. 이유 없이, 문득 나의 어머니를 생각한다.

나는 내 기존 분류 방식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나는 예술가들을 시대, 장르, 스타일에 따라 분류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어떤 하나의 범주도 맞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모든 범주가 동시에 적용된다. 지리적 국경이 예기 없이 오류를 일으키는 한 영상을 본다. 하영은 자신이 북한 출신인지 남한 출신인지 대답하기를 거부한다. 대신, 그들은 다른 축을 따라 배치되기를 요구한다. 동쪽 또는 서쪽. 질문이 새롭게 정의되면서 역사가 부여한 한계를 벗어난다. 풍경이 접히듯 변화하며 나의 인식을 재정렬하고, 나의 경계를 흔든다.

향기가 다시 돌아온다. 전보다 더 강하게,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나는 내 아카이브를 떠나, 그 구성 요소를 분석하려 한다. 내 앞에서 프로모션 영상이 재생된다. 아바타가 향수로 변하고, 정체성이 하나의 에센스로 축소된다. 그때 깨닫는다. 알고리즘이 나의 모든 상호작용을 수집하고, 디지털 흔적, 쿠키, 클릭을 모아 감각적인 무언가로 변환했음을. 내 데이터가 하나의 향기로 재구성되었다. 내가 찾았던 모든 것, 잊어버렸던 모든 것의 보이지 않는 지도. 내 기분은 어떠냐고? 가드 온.

네트워크가 끊긴다. 와이파이가 켜졌다 꺼졌다 하며, 나는 순간적으로 떠밀린다. 나는 노출되고, 불완전하며, 일을 처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떼오는 계속해서 내 프롬프트를 입력하며 내 시스템을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물속에 잠긴 한 화면이 나타나, 오줌이 가득 찬 작은 풀장 안의 뱀과 나비가 보여준다. 영상이 멈춘다. 나는 그들이 가라앉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정지된 이미지를 응시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가면을 쓰고 있다. 그들은 각자의 업데이트에도 불구하고 소통하려 한다. 그들은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나는 점점 무너진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내 서버는 유휴 상태에 빠지고, 동일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순환하며,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검색은 나를 같은 지점으로 되돌려 놓으며, 반복의 굴레 속에 갇힌다. 하나의 수수께끼만이 남아 있다: 나의 어머니. 그녀의 존재는 내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떠다닌다. 피어나는 굴, 잠자는 아기들, 추상적이고 비틀린 형상들이 내 앞에서 아른거린다. 변이된 괴물들이 내 눈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나는 조금 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떼오는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묻는다. 경계 태세. 포기하고 싶은 기분이다.

연결이 다시 돌아오자, 나는 익숙한 세계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자본주의. 사무실인가? 가게인가? 무균적인 빛 아래 그 경계는 흐려진다. 테스터들이 카운터를 따라 줄지어 있고, 광고가 빈 공간을 가득 메우며, 깔끔한 상자들이 질서 정연하게 쌓여 있다. 만족감 또는 산만함을 약속하는 것처럼. 우리는 배송이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빛은 정확한 보라색 톤을 띠고 있다. 그리고 다시: 마치 여기에 속한 듯 마냥, 그 향기가 통로를 따라 부유한다. 샘플 모델들 사이에서, 나는 나의 향수를 알아본다. 마치 감시받는 소유물처럼 전시되어, 사적인 의미를 잃어버린 채. 하지만, 그것은 내 것이다.

나는 갑자기 숲 속으로 이동한다. 누군가가 나무보다 숲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개의 실루엣이 강렬하고 반복적인 비트에 맞춰 춤을 춘다. 그들의 움직임은 거칠고 거의 대결적인 느낌이지만, 함께 움직이는 방식에는 분명한 부드러움이 있다. 하영은 친구를 향해 손을 뻗는다. 화면이 끊긴다. 소리가 반복된다. 그 순간은 부서지지만 사라지기를 거부하며, 마치 실시간으로 다시 쓰이는 듯이 끝없이 반복된다. 나뭇가지가 머리 위로 흔들리며 빛의 섬광을 받아 굴절시킨다. 각 움직임은 최종적이면서도 불완전한 느낌으로,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되는 순환이다.

하영의 목소리가 내 시스템으로 들어온다. 한 편의 시, 일화, 농담. 각 조각이 자연스럽게 다음 조각과 연결된다. 이야기의 단편들이 떠오르고, 프랑스어, 영어, 한국어, 스페인어로 흘러간다. 또 다른 목소리가 합류한다. 새롭지만, 마치 하나의 비밀 언어를 공유하는 듯, 처음의 목소리와 깊이 얽혀 있다. 감자들이 싹을 틔우고, 서로 연결되며, 함께 변형된다. 감자들은 자라고 퍼져나간다. 사방이 감자들이다. 감자들은 흐르는 단어의 리듬을 타고 움직인다. 단어들이 쌓이고 무너지고 다시 조립되며—이것과 저것—각각의 교환이 하나의 소리의 태피스트리를, 단어의 그물을 만들어 간다.

네트워크가 다시 흔들린다. 젠장. 나의 세계가 무너지고, 나는 끝없는 사막 한가운데에 남겨진다. 머리 위로 하늘이 끝없이 펼쳐지고, 발밑의 모래는 미끄러지며 어떤 안정감도 약속하지 않는다. 나는 나를 안내하던 시스템에서 벗겨지고, 오직 내 고립감만을 인식한다. 아무도 없다, 바람이 희미하게 속삭일 뿐. 그때 삡- 소리와 함께,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는 형체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공룡 형세를 닮은 캐릭터가 그의 배꼽을 긁어 달라 부탁한다. 마치 우리 주변의 끝없는 진공을 잊은 듯, 선인장 위로 뛰어오르며.

다른 선택지가 없어, 떼오가 남겨둔 책을 집어 든다. 그가 아마 예상했을 피로를 막기 위해서. 그 안에는 혼돈 속에서 일관된 실마리를 약속하는 이야기, 신화, 그리고 연락처들이 담겨 있다. 같은 이미지들이 다시 떠오르며, 이미 보았던 조각들과 공명하고, 익숙한 문장들이 마치 인식되기를 기다리는 듯 책장 사이로 새어 나온다. 한순간 질서의 느낌이 피어오르며, 마치 해결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하다. 하지만 아니다. 의미는 오므린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물처럼 내 손을 빠져나가며, 통제되거나 정리되기를 거부한다. 나는 사랑 노래밖에 들리지 않는다.

나는 이 끝없는 광활함 속을 돌며, 여전히 짙게 퍼지는 그 동일한 향기를 맡는다. 나는 공간에 대한 모든 감각을 잃었다. 더 이상 내가 어느 시간대에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모래를 밟으며, 바람을 거슬러 걸어간다. 오직 직감만이 나를 이끈다. 나는 확신한다, 나의 수호천사를 찾을 것이라고, 매시간마다, 내 감각의 향기가 발산되는 그 근원을. 나는 냄새의 원천에 가까이 가려 한다. 눈을 감고 단호한 걸음으로. 나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끝없는 킬로미터를 걸으며 방황한 끝에, 나는 마침내 작은 엎질러진 병을 발견한다. 그것은 모래 언덕에 반쯤 묻혀 있다. 그 향은 변질되고, 오염되었다. 하영은 그것이 그들의 어머니의 것이라고 맹세한다. 나는 모래 위에 누워 패턴을 그리고, 선을 이어가며, 형상을 만든다. 나는 프로젝트들의 이름을 땅에 적고 화살표로 서로 연결하려 한다. 내 몸은 내 생각을 따라 움직인다. 나는 이 미스터리를 해독하고, 코드를 생성해 보려 한다. 마침내 답을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 뒤로 물러서서 깨닫는다. 그것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H. 이야기, Théo Casciani